극단적 이기주의는 제 발등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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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7-17 11:08 조회2,92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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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양상은 국민 통합이나,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우려일까.
한 때 유행어로 생각했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상징어가 되었다. 이와 함께 각종 갑질, 안전수칙 미준수, 하도급 비리, 일감 몰아주기, 채용비리, 병역 비리, 주가 시세 조작, 전세 사기 등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각종 규제가 신설되고, 법규가 강화되고 있으나, 이들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매우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극단적 이기주의가 만연되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정치권의 행태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건전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책이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강성지지층에 의존하는 정치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회를 이끌 정치권에서 어떤 비전이나,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국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폐해가 사회 곳곳에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 사고를 가일층 만연되게 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하에서 일반국민들도 자기 이익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타인에 대한 생각이나 배려 등 건전한 시민의식과 윤리의식은 실종되고 철저히 자기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단기준이나 행동에서 이기적인 면을 배제할 수는 없다. 설령 자기 이익만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결과에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결국 공공질서 유지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존립마저도 위태롭게 되는 ‘제 발등 찍기’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 등에서는 이러한 극단적 이기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솔선수범 실천해오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현대사회에서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회지도층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적, 정신적 의무로 인식되고 있다.
동양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사상가로 묵자를 들 수 있는데, 묵자는 겸애(兼愛)를 주장했다. 겸애는 자기중심적인 나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묵자는 바로 나와 남을 구별하는 차별에서 사회 혼란이 생긴다는 점을 역설하고 겸애와 더불어 교상리(交相利: 경제적 상호 이익)을 주장했다. 이러한 묵자의 ‘겸애사상’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경제 양극화가 극심해진 우리 사회에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실천적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하겠다.
글 : 원용득 / 세종교육원 부원장